가벼운 말(言)의 시대, 중천금(重千金)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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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바야흐로 말(言)의 시대가 도래 했다. 6.13 지방선거가 불과 2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철만큼 말 많은 시대가 또 있던가? 자신을 알리기 위해, 상대를 깎아내리기 위해 온갖 말들이 난무하는 시대가 바로 선거철이다.

그러지 않아도 우리 사회는 이미 말이 넘쳐난다. TV 프로그램이 언제부턴가 치고 빠지는 말의 순발력 경연장이 된지 오래고, 이제는 리얼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너도나도 수다방에 동참하고 있다. 촬영한 영상을 보면서 이야기하는 수다까지 그야말로 말빨이 판치는 세상이다.

내가 말하지 않으면 마치 누가 채가기라도 할까봐 너도나도 쏟아내는 말의 홍수 속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건 정치인들의 말이다. 말 한마디에 당락이 결정되는가 하면, 법이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치인 일수록 말을 가리고, 신중을 기해야 하건만 현실은 또 그렇지 않다.

정치인은 본인의 부고 기사만 아니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언론에 오르내려 사람들 눈에 띄어야 한다는 말이 있어서인지 앞뒤 가리지 않고 내뱉는 정치인이 우리에겐 너무 많다. 그러다보니 말이 가벼워지고, 가볍다보니 본인이 했던 말도 스스로 부정하는 사태까지 발생한다. 

가볍게 사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는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혹여 실수 할까봐 조심하는데, 우리네 정치는 그마저도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인다. 불과 1, 2년 전에 어떤 사안에 대해 앞장서 추진하자고 주장했던 사람이 자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 이제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반대하는 입장으로 돌아선다. 

물론 그럴 수 있다.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바뀌면서 생각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사안에 대해 반대하기에 앞서 먼저 사과를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자신이 주장했던 게 잘못됐다고 정중히 사과하고 반대를 해야 도리이건만, 우리네 정치인들은 지나간 과거는 싹둑 잘라내고 마치 처음 얘기한다는 듯 180도 다른 주장을 펼친다.

모 정치인은 선거공약을 내걸어 놓고도 당선자가 그 일을 추진하자 반대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자신이 당선되면 추진한다고 했지 당선 안 돼도 추진한다고 한 게 아니라는 말 같지 않은 변명을 늘어놓았다. 일단 선거만 치르고 보자는 식의 공약이었던 셈이다.

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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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은 당락을 떠나 자기가 지금까지 추구해 왔고, 앞으로도 추구할 신념이 담겨 있어야 한다. 그런 신념이 없다보니 말이 가벼워진다. 유권자들이 그 가벼운 말을 가려야 하는데 우리는 어떤가. 후보의 공약에 신념이 담겨있는지를 살펴야 하는데 우리는 여전히 정당에, 인물에 함몰돼 가벼운 말을 가리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정치인들의 말이 가벼워지는 것이다.

언제든 뒤집을 수 있는 공약이라면 공약으로의 의미가 있을까? 말 한마디를 중천금(重千金)으로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선거 공약이라면 적어도 이 정도의 무게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가벼운 말 속에서 중천금을 찾아내는 일이 바로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김용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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